뒤틀림 탐정

34화 - 뒷골목의 밤

그리고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청소부의 물결은 3번 친다. 3파만 견디면 된다.


“에즈라, 베스파. 버틸 수 있겠니?”


“…에헤헤. 사실 아까 벼락 인간이랑 싸울 때 힘을 다 써버렸어요.”


에즈라가 멋쩍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베스파를 쳐다보았다.


“모제스씨, 당신은 지금 전투능력이 없습니다. 에즈라씨는 자기 몸 하나 겨우 지킬 수 있겠군요.”


“그래서 결론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2파까지는 버틸 수 있겠군요.”


이럴 때 유리아의 공방에라도 들어가 있으면 딱 맞을 텐데 필요할 때 없군.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징그러운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거리를 청소하는 자들의 소리. 뒷골목의 치열한 전투, 비열한 살인. 그 전부가 아침이면 청소되어있다. 저들 덕분이다. 청소부는 뒷골목을 청소한다. 그 말은 뒷골목을 벗어나면 된다는 뜻이다. 나는 의완을 두드렸다.


“한희준.”


의완이 잠시 빛을 점멸했다.


“…선생님은 밤낮 안 가리고 열심히 일하시네요.”


“단잠 방해해서 미안하군.”


“위치를 보니까… 지금 시각에 뒷골목에 계시네요.”


“용건만 말하지. 우제트. 부를 수 있나?”


“청소부를 막기 위함이라면, 시간이 걸려서 도움은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곳 무너진 둥지. 뒷골목과 둥지의 경계가 아직 나뉘어 있나?”


“그건 전쟁을 겪으신 선생님이 더 잘 아실 텐데요?”


“…최단 경로는?”


“서쪽으로 직선거리 5km입니다.”


“…끊지.”


활로는 간단하다. 둥지 안으로 달리면 된다. 무너진 둥지여도 둥지는 둥지. 청소부는 뒷골목만 청소한다.


“지금부터 일직선으로 달린다. 벽이 있으면 부수고, 방해자가 있으면 벨 거야.”


“차는 어쩔 겁니까.”


베스파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밤이 지날 때까지는 이곳에 둬야지. 우리가 타고 있지만 않으면 문제없을 테니.”


“뒤틀림을 사람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선택지가 없다. 지금까지 회수한 2개체의 뒤틀림을 잃는다 해도 목숨은 건져야 한다.


“시간 없어. 에즈라!”


에즈라가 장갑과 망치를 챙긴다. 길을 뚫기 위한 준비. 전투가 아닌 생존을 위한 파괴라면 베스파보다도 에즈라가 적합할 것이다.


“막내는 탐정님을 부축해줘!”


에즈라가 외쳤다. 베스파가 나를 한쪽 팔로 옆구리에 끼어들었다. 불쾌하지만 이게 최선이겠지.


“갈게요 탐정님! 막내!”


베스파는 반대편 손으로 칼을 빼내 들었다.


서쪽은 벽돌로 된 담벼락이 가로막고 있다. 우선 이것부터 뚫는다. 에즈라가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벽은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2층 주택이 있다. 이 벽도 에즈라가 부수려 하자 베스파가 가로막는다.


“뒷골목의 밤에 거주구역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금기군.”


거주구역을 생각 못 했다. 이 집안으로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집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둥지의 금기가 아닙니다. 도시의 금기입니다.”


베스파 같은 금기사냥꾼 한둘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뒷골목의 밤은 완전한 무법지대. 하지만 철저하게 보호받는 단 하나. 거주구역은 안전하다. 불가침의 영역. 이 보호권이 무너지는 것을 도시의 머리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탐정님… 어떻게 할까요?”


손가락도 범하지 않는 금기를 우리가 어떻게 건들겠는가. 집안에서는 3, 4명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무너진 둥지 안에서 모르는 자들이 벽을 부수고 집 앞마당에 있다. 무섭겠지.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청소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소부들은 마치 장난감 마을에 물이 퍼져나가듯 골목골목 스며든다. 길이 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끈질긴 생명력과 지구력.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달라붙고 달라붙어서 대상을 청소한다. 죽은 청소부가 있다면 그 시체를 청소하고 나아간다. 그들의 주황색 갈고리에 찔리면 연료를 주입 당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료는 대상을 액화한다. 그것은 다시 연료로 순환한다. 액체 덩어리들. 청소부는 그런 존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는. 머리가 이 존재들을 인간이라 규정한 것이 의아할 정도다. 멀쩡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탐정님! 전투 준비할게요!”


“나를 내려주렴.”


베스파가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주택의 마당. 파괴된 담벼락에서 청소부들이 몰려나온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수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위치다. 밀려나 오는 청소부들을 베스파가 하나씩 벤다. 에즈라도 주먹과 망치를 휘두른다. 가속한 주먹이 머리에 꽂히고 청소부의 머리가 터지며 액체가 흘러나온다. 베스파에 의해 두 동강 난 몸통에서도 액체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액체가 뒤이어 나오는 청소부들의 몸에 스며든다. 발을 딛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들의 몸에 액체가 스며든다. 2마리. 5마리. 10마리. 23마리. 베스파의 칼끝도 무뎌지고 에즈라의 주먹도 느려졌다. 청소부를 한 번에 두 동강내고 터트려야만 한다. 무뎌진 칼과 느린 주먹으로 상처만 입히면 청소부들은 그들의 시체를 흡수하고 다시 회복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저 둘을 믿는 것뿐이다.




1파는 잠잠해졌다. 지금은 3시 40분. 다음 2파까지는 10분 남짓 걸릴 것이다. 이곳에 머무르면 안 된다. 다시 서쪽으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100m 채 이동하지 못한 상황이다. 안 될 걸 알지만 시도해볼 건 시도해본다. 나는 주택의 문을 두드렸다.


“세븐협회 소속 5급 해결사 모제스입니다. 혹시 문을 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잠시 몸만 피하면 됩니다. 인원은 저를 포함하여 3명입니다.”


“……”


방안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 올 때까지만 몸을 피할게요! 돈도 드릴게요!”


에즈라가 다급하게 외쳤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희를 내버려두세요…”


“탐정님… 역시 안 되나 봐요…”


에즈라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포에 질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다. 우리는 다시 도망칠 수밖에.


“어쩌실 겁니까.”


“가야지. 서쪽으로.”


베스파가 나를 다시 들쳐멨다. 그리고 서쪽으로 달렸다. 에즈라가 뒤따라왔다.


“길을 파괴하지 않고 넘거나 돌아서 가도록 하지.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거주구역인지 아닌지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으니까.”


시간이 더 늘어지겠군. 베스파와 에즈라는 빠르다 해도 지금 상태로 5km를 10분 안에 주파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우리는 담벼락을 넘고 뒷골목 사이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나저나 베스파 이 아이는 미친 듯이 빠르군. 짐승같이 질주하고 길을 찾는다. 에즈라는 지지 않고 그 뒤를 따라온다. 3시 47분. 3분 정도 남았다. 아니. 이제 시간은 없다.


“에즈라! 베스파!”


길쭉한 골목 앞과 뒤로 청소부들이 밀려온다. 나는 의완을 두드렸다.


“한희준!”


“네 선생님.”


“이 팔에 전투능력이 달려있니?”


“아뇨.”


“그럼 왜 도시에서 하나밖에 없다느니 비싸다는 말을 했지.”


“정말 도시에서 하나밖에 없는 팔이에요. 어디에 있든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갔어요. 튼튼한 건 덤이죠.”


나는 연락을 끊었다. 에즈라와 베스파 앞에는 무더기의 청소부들이 몰려온다. 둘은 점차 뒤로 밀려난다. 손바닥으로 물을 막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어떻게 해서든 곧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벼락인간에 이어서 청소부까지 물량전의 연속이라니. 악운도 이런 악운이 없군.


“탐정님! 제가 어떻게든 막을게요! 탐정님한테는 한 마리도 닿지 못하게 할게요!”


지금 내 상태로는 청소부 하나도 막을 힘이 없다. 에즈라와 베스파는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이번에는 완전히 짐짝 그 자체군.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내 등 뒤에는 뒷골목 거주구역의 문이 있다. 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도시의 금기를 어기는 것은 둥지의 금기를 어기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죽음을 유보하는 것뿐. 절대적인 무력이 우릴 쫓을 것이다. 죽음은 언젠가 찾아온다. 내가 사는 것은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매듭짓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므로 살고 싶어한다. 나는 붉은 숨을 내쉬었다.


“모제스씨. 허튼 생각하지 마시죠.”


노란 작살이 날아와 곰방대를 내 손에서 떨궜다.


“2파까지는 제가 막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베스파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나는 다시 곰방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 등 뒤에 있는 문을 두드렸다. 저 둘을 방패막이로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세븐 협회소속 5급 해결사 모제스입니다.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충분한 사례를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침묵뿐이다. 이미 이 집에는 누구도 없거나, 우릴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다.


끼익.


쇳소리와 함께 낡은 철문이 열렸다.


“에즈라! 베스파! 당장 들어오도록.”


나는 둘을 향해 소리쳤다.


“네! 탐정님!”


에즈라와 베스파는 눈앞의 청소부들을 처리하며 서서히 뒷걸음질 쳐 문으로 다가왔다. 둘이 문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빠르게 철문을 닫았다. 이제 우리는 안전하다. 한숨 돌렸군.


“감사드립니다.”


“…세븐협회 소속의 모제스라. 거래하고 싶군.”


금색 휘장. 이것은 손가락을 뜻한다. 어두운 붉은색의 코트. 이건… 엄지군. 나는 바로 베스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저 아이에게 무슨 사연이 있든 간에 지금은 절대 때가 아니다. 붉은 코트를 입은 사람 스무 명 가량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소개하지. 나는 엄지의 카포 이자벨이네.”


시가를 재떨이에 지지며 나에게 악수를 권했다. 나는 5급 해결사. 카포의 권위에 승복해야만 한다. 나는 고개를 떨궈 눈을 바라보지 않고 손을 잡았다.


“이 둥지에서 워낙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말이야. 게다가 이 안개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지 못했는데, 세븐 협회 소속 해결사를 만나게 되다니. 나는 운이 좋단 말이지.”


이자벨은 나에게 술이 담긴 유리잔을 건네었다. 나는 술을 목에 털어 넣었다. 목이 타들어 가는군.


“옆에 있는 동료들은 급이 어떻게 되지?”


“여기 있는 아이는 세븐협회 소속 3급 해결사 에즈라입니다. 그리고…”


베스파의 등급과 이름은 밝히지 않는 편이 좋겠지. 에즈라와 같은 3급으로 소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1급 해결사. 베스파. 소속은 없다.”


베스파가 피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답했다. 나는 미간을 짚었다. 1급 해결사는 카포와 동급이다.


“1급 해결사라… 거짓말은 아니겠지?”


베스파는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집 안에 있는 엄지 조직원 스무 명이 일제히 화승총을 우리에게 겨누었다. 이자벨이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베스파는 바로 해결사 등록증을 꺼내 이자벨 앞에 던졌다. 분명히 하나 협회에서 발급한 해결사 등록증이다.


“귀하신 분이 왔군요. 여기서 조금은 쉬시죠. 날이 밝으면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를 겨눈 총들이 바닥을 향했다. 급을 대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다. 그것이 엄지. 계급과 권위에 목을 매는 족속들.


“저분들에게 담요와 베개를 드리고 방으로 안내해드리도록.”


조직원 2명이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은 20평 남짓한 작은 집이다. 이런 집을 엄지가 본거지로 쓸 리가 없다. 엄지 조직원이 방 문앞에 멈추고 뒤를 돌아 베스파에게 묵례를 했다. 자신보다 높은 계급에 발언을 청하는 행위다. 베스파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이 조금 어지러워서 저희가 정리를 좀 하겠습니다.”


조직원들이 방문을 열었다. 에즈라가 방안을 보자 인상을 썼다. 크고 작은 시체 3구가 널부려져 있었다. 총을 쓰지도 않았군. 그저 개머리판으로 제압했다. 뒷골목 사람의 집을 밤이 오기 전에 점거한 것이다. …엄지는 그래도 되니까.


베스파가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나는 베스파를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베스파 또한 신경질적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검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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