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을 쫓다.
방에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했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방에서 아침을 맞이하니 이곳에 베인 피 냄새만 아니었다면 예전의 일상과 같았을 것이다. 에즈라는 내 옆에서 열심히 코를 골며 아직도 자고 있다. 반면 베스파는 한숨이라도 잔 것인지 모르게 검을 안고 바닥에 앉아 문을 응시하고 있다. “잠은 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휴식은 취했습니다.” “다행이...
청소부의 물결은 3번 친다. 3파만 견디면 된다. “에즈라, 베스파. 버틸 수 있겠니?” “…에헤헤. 사실 아까 벼락 인간이랑 싸울 때 힘을 다 써버렸어요.” 에즈라가 멋쩍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베스파를 쳐다보았다. “모제스씨, 당신은 지금 전투능력이 없습니다. 에즈라씨는 자기 몸 하나 겨우 지킬 수 있겠군요.” “그래서 결론은?”...
신경증. 스트레스의 창. 가학적인 발산. 동시에 자신을 옥죄는 감옥. 상처 입힐수록 자신도 상처를 입는 증상. 신경질적인 뇌의 자극과 짜증은 실체를 부여받아 전기의 형태를 띤다. 그 전류가 몸을 타고 흐를 때 몸은 통제 못 할 분노로 타들어 간다. 하지만 폭발적이지 않다. 그것은 날카롭다. 콕콕 찌르는 것부터 마음에 구멍을 뚫어 놓는 것까지. 신경증은 주...
이곳에서 낮과 밤에 큰 차이는 없지만 안개속에서 빛무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보니 저녁인 것을 알 수 있다.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고 있는 것 같군. 도로에 무언가 널부러져 있는지 유난히 차체가 흔들린다. 시체일 확률이 높겠지. 오면서 한희준이 남겨둔 사건 보고서 중 하나를 찾아서 꺼내 읽었다. 벼락인간. 등급은 도시질병. 안개속에서 뇌전이 요동친다고 한다....
삐걱거리는 유리문 소리와 함께 우리는 세탁소 안으로 들어섰다. 드럼 세탁기가 26개 놓여져 있는 넓고 낡은 세탁소. 빛 바랜 형광등이 누런 타일 바닥을 비추고 있다. 날파리 몇마리가 조명 아래에서 윙윙거리고 있고, 천장에서는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순순히 들어왔다는 것은 위협적이지 않은 뒤틀림이라 판단하셨다는 뜻이겠군요. 모제스씨.” 베스파가 주...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잘도 칼에 피를 묻혔군.” “좋아서 죽인 것이 아닙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었을 뿐입니다.” “그게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기준이 되나?” “뒤에 참수한 머리들이 놓여 있더군요. 아마 통행세를 내지 못한 사람들일겁니다.” “영웅 납셨군. 디아스 말대로 복직하고 싶으면 무조건 내 명령에만 따라야 할 거야. 만약 베스파 너 ...
놀라운 승차감이다. 베스파 말대로 운전실력에 실망할 여지조차 없다. 좋은 차가 좋은 운전자를 만났다. 우리는 L사 둥지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조용히 달리고 있다. 나는 뒷자리에서 한희준이 건네준 봉투를 열었다. L사 둥지와 꿈의 세탁소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다. 위치는 도시 남부 L사 둥지의 뒷골목. 둥지는 지금 안개 속에 뒤덮여 있다고 한다. 로보토미 코...
“네 밑에서 예전과 같이 일하라는 뜻인가?” “우제트로 일해달라는 것은 아니야. 뒤틀림 탐정으로써의 모제스를 고용하고 싶거든!” 무너진 L사의 둥지는 아마 지금쯤 여러 조직과 해결사들의 싸움터가 되었을 것이다. 냉병기가 난무하는 곳에서 뒤틀림 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에즈라~ 잘 먹는 모습 너무 보기 좋다!” 디아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
우리는 한희준의 차에 탄채,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차 뒤로는 뒤틀림을 실은 우제트의 차량이 따라오고 있다. 차안의 분위기는 마치 장례식장 같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에즈라만이 안절부절하게 이 공기를 견디고 있다. 하지만 에즈라는 이 침묵을 깰 아이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베스파가 입을 열어 마른 목소리를 내뱉었다. “여러분은 ...
지하실에 남아있는 뒤틀림은 없다. 이곳에는 46구의 시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모제스 씨, 다음에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베스파가 비아냥거리듯 내게 물었다. “후… 위로 올라가야지.” 나는 이제 미간을 짚지도, 곰방대를 피지도 못한다. 왼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온몸을 비틀며 한쪽 팔로 견착 자세를 취했지만, 역시 총의 반동을 이기지 못한 모...
“…우선, 이 상황부터 처리해야겠습니다. 이 괴물들은 영상에 찍힌 것과 비슷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베스파가 혼잣말을 하더니 뒤틀림에 돌진했다. 제각기 다른 뒤틀림들이 노란 섬광에 베인다. 베스파가 오른팔을 들자 벽에 박힌 작살이 되돌아온다. 부러진 팔은 전부 나았나 보군. 베스파는 현란하면서도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뒤틀림을 하나씩 썰어간다. 뒤틀림에서...
“뒤틀림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지금까지 이론대로라면 마을 사람들 모두 신비가 있다는 뜻인데…” “그거야 보면 알겠지.” 나는 내뿜은 담배 연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곰방대가 있었다면… 하얀 숨으로 축제나 지금 상황의 정체를 파악하기 좀 더 수월했겠지. 곰방대… 그리고 베스파. 밀린 숙제 같군. 나는 다시 마을 회관으로 들어갔다. “모모 씨~!” 에즈라가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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