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 탐정

38화 - 안개의 사수

입은 없지만, 저 나불대는 목소리를 들으면 재잘대는 입이 보이는 것만 같다.

 

“…내 탄환을 견뎌내다니 대단하잖아?”

 사수는 낮은 신음과 함께 말했다. 베스파가 사수를 무력하게 만든 후 내 앞에 꿇게 했다. 에즈라를 향한 탄환도 멈췄다. 에즈라는 기절한 채 옆에 누워있다.

 증기기관 형식의 장총. 유리아가 말한 신비와 비슷하지만, 신비가 아니다. 뒤틀림이다. 이성이 남아있는 뒤틀림. 뒤틀림의 유형 중 희귀한 것. 뒤틀림은 대게 자신의 욕망을 일차원적으로 쟁취하고 표현하기 적합한 형태로 변한다. 인간의 모습은 남아있기 힘들다. 하지만 간혹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뒤틀림이 있다. 이성이 있다고 해서 살상력이나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하기 귀찮다. 인간처럼 자신의 욕망을 여러 겹으로 포장하고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생각은 뒤틀리고 일방적이어서 뒤틀림의 원인을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다. 유리아가 말하는 신비와 이 유형의 뒤틀림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신비로 나아가느냐 뒤틀림으로 남아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겠지.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엄지의 탄환들은 어디 있나.”

 안개의 사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뒤틀림은 머리가 렌즈로 되어있다. 큰 렌즈와 작은 다중 렌즈들의 조합.

 “이 안갯속에 있지. 그나저나 넌 정말 대단한데? 이 총알을 견뎌낸 건 드문 일이거든.”

 이 자는 탄환이 필요하다. 뒤틀림으로 발현한 총으로 격발하면 탄환에 능력이 덧입혀지는 것 같군.

 “넌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야!”

 이대로 나불대게 했다가는 시간만 낭비할 것 같군. 나는 하얀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얀 연기가 렌즈로 된 머리를 감쌌다.

 “지금 뭐 하는 거지? 푸하하. 이 연기는 굉장히 간지럽군.”

 나는 미간을 짚었다. 정신 간섭이 통하지 않는다. 이성이 있는 뒤틀림에는 통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이 개체의 특징인가.

 “그나저나 너희는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그대의 고귀한 정신력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엄지 밑에서 일하는 사람 같지는 않군.”

 “이 대화를 이어가 줄 경우 엄지의 탄환 위치를 알려줄 건가?”

 “하하하! 넌 이 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나 보군. 탄환을 회수하라는 일을 받았기 때문에? 하지만 나와의 이야기는 정말 귀한 시간일 거야. 그렇고말고. 어쩌면 네 인생에서 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낼 기회가 될 거야.”

 돌겠군. 입은 없지만, 저 나불대는 목소리를 들으면 재잘대는 입이 보이는 것만 같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둘 중 하나를 알려주겠어. 탄환의 위치 그리고 이 둥지의 비밀. 넌 무엇을 원하지?”

 이 자식에게서 나온 말은 의외다. 이 둥지에 대한 비밀이라니. 들어봐서 나쁠 건 없겠지.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탄환의 위치는 확실한 정보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이다.

 “탄환의 위치.”

 “하… 도시 사람들이란… 하지만 결국 그대는 빙빙 돌고 돌아서 답을 찾게 될 거야. 탄환은 당신 뒤에 있는 건물 물탱크 안에 들어있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돌고 돌더라도 답이 필요해졌을 때 찾아 나서면 그만이다.

 “모제스 씨.”

 “뭐지?”

 “누군가 옵니다.”

 안갯속에서 다가오는 두 개의 그림자. 베스파가 칼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난 자는 에즈라의 뺨을 몇 번 쳤다.

 “에즈라! 자빠져서 자고 있을 시간 없어.”

 “으으음… 탐정님!”

 에즈라가 와락 안겼다. 이 아이는 견디기 힘든 과거를 봤을 것이다.

 “전투 준비하렴.”

 두 모습이 드러났다. 한 명은 키가 나보다 조금 컸다. 결코,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츠바이 해결사 코트를 입고 있다. 코트는 주름져있고 낡았다. 다른 하나는 강철로 된 개였다. 등에는 투박한 몽둥이가 들려있다. 저 개안에도 사람의 뇌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저 녀석이 우리 해결사들을 죽여댄 범인인가?”

 우리를 향해 말했다.

 “너희는 누구지?”

 키가 작은 중년으로 보이는 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썹을 씰룩였다. 그리고 코트 안주머니에서 해결사 등록증을 꺼내 보여줬다. 츠바이 협회 1과.

 “츠바이 남부 1과 강력반 형사 에드가다.”

 츠바이 1과 강력반. 대단한 사람이 납셨군.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저 괴물을 넘겨야겠어. 그리고 엄지의 탄환도.”

 에드가는 주머니에서 연초를 꺼내 물었다.

 “그나저나 금기 사냥꾼 베스파 크라브로라... 남부에서 보기 힘든 사람을 만났군.”

 베스파는 말없이 에드가를 쳐다보고 있다. 이 아이를 알 사람은 안다는 거군.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하하하. 어색한 분위기입니다?”

 사수가 정적을 깼다.

 “그래서 저 녀석이 우리 해결사들을 죽인 범인인가?”

 에드가가 사수를 향해 턱을 겨눴다. 나는 침묵을 지켰다.

 “좋아. 지금부터 여기서 빠져주셔야겠어.”

 여유가 넘치는 태도군.

 “…그런데 너희 그 탄환으로 뭘 하려 했지?”

 츠바이 해결사 앞에서 우리가 손가락의 의뢰를 받았다고 하면 보나 마나 골치 아픈 일이 펼쳐질 것이다.

 “저희도 엄지의 엄청난 탄환을 좀 빌려 쓰려고 했죠! 헤헤헤”

 에즈라가 급히 나섰다.

 “그래? 현장을 보고 노획을 하려는 자들이었나…”

 전자음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치지직’

 “뭐? 랑, 네가 아까 말하는 걸 다 들었다고?”

 에드가가 옆에 있는 개한테 귀를 가져다 댄다. 에즈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 에드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치지지직’

 “그렇단 말이지…”

 에드가가 연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털어 넣었다.

 “해결사들을 매수해서 엄지의 끄나풀 짓이나 하는 건가. 쯧…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잠깐. 나는 세븐 협회 소속 뒤틀림 탐정 모제스다! 여기는 내 조수 에즈라와 베스파.”

 “됐고, 엄지 밑에서 일하는 게 사실이야?”

 “…그래. 하지만 이건 목숨을 담보로 한 거래였어.”

 “하… 이 도시에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 넘친단 말이지. 해결사에다 협회 소속을 달고서 조직 밑에서 일을 받는 다라…”

 곤란하게 됐군. 상대가 1과 해결사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소속이 문제다. 도시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츠바이 해결사와 맞붙는다는 것은 도시에 얼마 남지 않은 정의와 맞서는 것과 같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저자들을 따라가서 상황을 진술하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우리 뒤에는 디아스가 있다. 서류 문제로 그리 오래 골 썩진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 수갑을 채운 후 본부로 돌아가서 절차를 밟을 수 있겠지만… 난 꼴통이란 말이지.”

 젠장… 느낌이 안 좋다. 에즈라가 불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다.

 “난 너희 같은 쓰레기를 보면 부아가 치밀지. 요즘엔 돈이면 다 한다는 해결사라 해도 손가락 밑에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짓에 동참하는 건 역시 아니란 말이야.”

 에드가가 손을 털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개의 모습을 한 것과 하나고 되었고 이내 전신 갑주가 에드가를 감쌌다. 그 모습은 마치 금속으로 된 셰퍼드가 사람의 형상을 한 것과 같았다.

 “랑, 정의 집행의 시간이다.”


 “베스파!”


 노란빛의 섬광과 남색의 섬광이 부딪혔다. 날카로운 충격파가 거리 한복판에서 울린다.


 “에즈라. 우리는 도망친다. 이 자식을 들고 뛰어.”

 이자벨이 있는 곳으로 저놈을 유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봐, 안개의 사수라고 했나. 저자를 멈춰 세울 수 있겠어?”

“멈추는 건 가능하지. 하지만 죽여버릴 수도 있고… 그대처럼 탄환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건 마음에 달린 거라.”


또다시 선택해야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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