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 탐정

36화 - 탄환

회전하며 아주 천천히 에즈라를 관통하고 있다.

몇몇 시체들은 바람구멍이 나 있다.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은 츠바이 협회의 옷. 꽤 높은 과일 것이다. 나는 츠바이 협회 해결사 시체를 뒤졌다. 해결사라면 가지고 있을 물건. 안 주머니에 있는 해결사 등록증을 찾아 꺼냈다. 역시 츠바이 협회 남부지부 3과 직속 해결사다. 해결사로서의 신분을 나타내는 이 네모난 신분증이 있고 없고가 해결사와 조직을 판가름한다. 해결사 면허 없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할 때 대가를 받는다면 그것이 조직이다. 이 선이 우리와 저들을 나눈다. 나는 이어서 시체의 몸을 확인한다. 가슴에 날아온 탄환이 심장을 꿰뚫고 등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였다.

“에즈라. 엄지의 탄환이 츠바이 3과의 코트를 이리 쉽게 뚫을 정도의 위력인가?”

“으으음…. 이론상 가능한데 지금 상황으로는 미묘해요. 엄청 높은 사람이 쓰는 탄환은 정말 비싸고 강해서 가능할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높은 사람이 이곳에 있을 것 같진 않군.”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공방에서 윗사람들을 위한 탄환을 만드는 걸까.”

“하지만 제가 여러 공방주인한테 물어봤는데, 엄지의 탄환은 엄지 본부에서 생산하고 철저히 관리한다고 들었어요.”

에즈라가 아리송한 말투로 말한다. 나는 코트를 좀 더 훑었다.

“…그렇군.”

이 코트에 나 있는 흠집들. 그리고 주변에 나뒹구는 탄환들. 나는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 이 탄환이 엄지가 쓰는 탄환이니?”

“그렇습니다.”

베스파가 대신 답했다.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엄지의 탄환을 탈취한 누군가와 츠바이 협회가 교전했어. 하지만 그 탄환 때문에 츠바이 3과 해결사 7명이 전멸한 건 아니야.”

“탐정님! 다른 시체들은 해결사가 아닌 것 같아요. 아마 공방을 지키던 엄지 산하 조직이 아닐까요?”

에즈라가 있는 쪽으로 가서 시체들을 보았다. 거대한 무기로 몸과 팔다리가 베인 시체들. 이건 츠바이 협회의 결과물이다. 그들이 휘두르는 거대한 검의 흔적이다.

“츠바이 3과와 엄지 산하 조직이 전투했군. 결과는 츠바이의 승리.”

“하지만…”

“맞아.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

나는 연기를 내뿜었다.

“휘유~ 이건 또 새로운 얼굴들이군. 행색을 보아하니 의뢰를 받은 해결사인가?”

안갯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츠바이 3과를 죽인 자일 것이다. 츠바이 3과 코트를 뚫을 정도의 탄환이 있는 자라면 에즈라나 베스파도 위험하다. 바로 대응해야 한다. 왜냐면 이 안갯속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시야의 우선권이 있는 자다.

“에즈라.”

에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람계곡 공방의 건틀릿을 장착했다.

“풍권!”

허공을 향해 정권을 지르자 강한 바람과 함께 안개가 잠시 걷혔다. 그리고 곧바로 베스파가 노란 작살을 던졌다. 순식간에 안개는 다시 시야를 가렸다.

“으윽!!!”

명중이군. 우리는 신음이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 다짜고짜 쇳덩이를 허벅지에 꽂다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붉은 숨을 내쉬었다. 곰방대가 검으로 변했다.

“네가 츠바이 협회 해결사들을 죽였나?”

“그래… 그 사람들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방해여서 말이야.”

“탄환을 차지하려고?”

“맞아~ 난 안개의 사수니까! 탄환은 많을수록 좋지.”

바로 앞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베스파에게 눈짓을 보냈다. 한 명은 측면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에즈라. 방어 태세를. 베스파. 무장 해제만 하도록.”

베스파는 바로 옆으로 뛰어서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나와 에즈라는 계속 전진했다.

“후~ 너희도 이 쇳덩이들이 필요해서 온 건가?”

“에즈라!”

에즈라가 다시 한 번 주먹을 가로질렀다. 바람으로 안개가 걷히자 노란 궤적이 바닥을 기었다. 다리를 베기 위함일 것이다. 무언가가 베였다.

“함정입니다.”

베스파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랬군요~”

우리 앞에 있는 것은 낡은 라디오 하나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지. 이 안갯속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정작 방황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야.”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에즈라가 나를 강하게 밀쳤다.


탕!


에즈라의 몸은 나를 밀치던 모습 그대로 멈췄다. 기절 같은 것이 아니다. 그대로 정지했다.

“후후~ 나는 안개의 사수라네~ 거기서 그대로 멈춰 주세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아까와 같은 소리 출력 장치를 곳곳에 비치했다는 뜻이겠지.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다. 시야라도 트여있으면 탄환의 궤적을 가늠이라도 했을 텐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저쪽이 완전한 우위에 있다.

“이 시대에는 담론이 부족해. 깊은 이야기가 없어. 아무도 그걸 좋아하지 않아. 왜냐면 길을 잃었기 때문이야.”

“넌 안갯속에서 우리가 보이나 보지?”

나는 주위를 향해 외쳤다.

“맞아 아주 선명하게 보여. 이 안개는 길을 잃지 않은 자에게 자비롭거든.”

길이라. 개똥철학 늘어놓는 부류군. 멈춰 있는 에즈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자세히 보니 에즈라의 심장 앞에 길쭉한 탄환이 회전하고 있다. 회전하며 아주 천천히 에즈라를 관통하고 있다.

“덩치 큰 노란 머리 친구에게는 역시 버겁나 봐. 누구라도 버겁겠지.”

“…우리는 해결사다. 의뢰를 받고 탄환을 회수하기 위해 이곳을 조사하는 중이야. 그뿐이다.”

“그뿐이라면서 사람에게 작살을 꽂고 발목을 베려고 하나? 해결사의 도리는 어디 간 거야? 기사도나 무사도처럼 대단한 것을 읊는 게 있잖아?”

“이대로 돌아갈 테니 우리를 무사히 보내줄 수 있겠나?”

“아니~”

“원하는 게 뭐지?”

“우선은 날 찾아다니는 다른 친구 좀 멈춰줘. 무서워서 뭘 못하겠네.”

“베스파! 멈춰!”

나는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베스파는 모든 곳을 빠르게 뒤지고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뭐지?”

“길게 말 안 할게. 네가 대신 이 탄환을 받아들여. 그러면 저 노란 머리 친구에게 파고드는 녀석은 멈추도록 하지.”

“좋아.”

“그걸로 되겠습니까.”

어느새 베스파가 내 옆에 나타나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태도야. 지금까지 내 탄환을 막아낸 건 몇 없거든.”

눈물을 흘리는 에즈라. 눈물을 흘린 채 죽은 3과 시체. 그렇다면 뒤틀림이든 신비든 이쪽 계열일 것이다. 즉, 육체적으로 견뎌내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문제겠지.

“넌 머리가 좋아 보여. 하지만 머리와 마음은 다른 거 알지?”

여기저기서 말이 울린다. 총에 탄환을 넣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휘파람 소리도 들려온다. 나는 베스파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나에게 쏘는 탄환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베스파도 그 의미를 알 것이다.

“좋아. 거기 그대로 서 있도록.”


탕!


주변이 어두워졌다. 왜 어두울까. 그건 내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떴다. 앞에 검은 코트를 입은 무리가 사람들을 베고 있다. 구둣발 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그 앞을 베면서 나아간다. 사람들이 날붙이를 휘두르며 저항해도 의미 없다. 휘두르고 방어하는 무기 자체를 베어낸다. 휘어진 만곡도가 사람을 추수하듯 썰어간다. 고개를 내려 내 몸을 확인했다. 나도 그들과 같은 검은 롱코트. 하지만 조금은 더 특별한. 난 주위를 둘러봤다.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회랑. 하지만 피로 범벅이 된 대리석 바닥. 일방적인 학살의 현장. 나는 미간을 짚었다. 하지만 내 손에 닿은 것은 차가운 가면이다. 난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을 만지자 롱코트를 입은 자들의 이름과 나이 같은 인적사항들이 나타난다. 나는 다시 가면을 비벼서 정보를 껐다.


누군가 내게로 다가온다.



눈 하나만이 그려진 황금색 가면을 쓴, 검은 롱코트를 입은 사람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대장님. 유니스의 가족들을 확보했습니다.”

“총 몇 명이지?”

“4명입니다.”


그중에 어린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도덕적 가치판단은 의미 없다. 우리는. 나는 디아스의 뜻대로 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불필요한 정보들을 애써 알아낼 필요가 없다. 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묻지 않았다.


이들이 행한 잘못은 디아스가 가려는 길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척살하도록.”


나는 우제트의 대장. 모제스다.

ProjectMoon Official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ProjectMoon
ProjectMoon
구독자 4,671
멤버십 가입

22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