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 탐정

31화 꿈의 세탁소

마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해결과 같다.


 삐걱거리는 유리문 소리와 함께 우리는 세탁소 안으로 들어섰다. 드럼 세탁기가 26개 놓여져 있는 넓고 낡은 세탁소. 빛 바랜 형광등이 누런 타일 바닥을 비추고 있다. 날파리 몇마리가 조명 아래에서 윙윙거리고 있고, 천장에서는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순순히 들어왔다는 것은 위협적이지 않은 뒤틀림이라 판단하셨다는 뜻이겠군요. 모제스씨.”

 베스파가 주위를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에즈라는 세탁기 앞으로 가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다.

 “이곳에서 3급 해결사와 그 동료들이 당했지.”

 “사무소 하나의 전멸과 사람들의 실종이었나요 탐정님?”

 “실종은 아니야. 어디선가 발견했으니까. 다른 사람이 되어서 말이지.”

 “그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말.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 껍데기는 같지만 내용물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더군.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이 된 거지.”

 “탐정님! 여기 보세요! 작동하고 있는 세탁기가 하나 있어요!”

 에즈라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덜덜 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탁기는 세탁물을 열심히 돌리고 있다. 나는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세탁물이라… 일반적인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 상태로는 내용물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강제로 세탁기를 정지하는 것은 꽤 무모한 짓이다. 지금은 좀 더 이곳을 관찰할 수 밖에.

 “모제스씨. 여기 세탁물 수거방이 있습니다.”

 나는 연기를 내뿜으며 베스파가 가리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세탁소는 무인 세탁소 형태가 아니었나. 세탁소 주인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예측과는 다른 유형의 뒤틀림이 된다. 빨래 수거방이 있다는 것은 세탁소 주인이 의뢰를 받아서 세탁을 해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계산대든 뭐든 사람이 일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베스파. 수거방 문 열어. 에즈라는 좀 더 주위를 살펴보고.”

 “네~!”

 세탁물 수거방의 문이 열리자 산뜻한 세제 향이 퍼져나왔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전혀 산뜻하지 않다. 인간 가죽이 옷걸이에 걸려 메달려있다.

 “그런거군.”

 나는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사람의 가죽을 벗기고 그 내용물을 세탁해준다. 그것이 꿈의 세탁소라는 것이군. 뻔한 도시다. 인간 가죽을 벗기니 마니 같은 자극적인 과정은 이제 시덥지 않지. 무엇을 위해서일까. 세탁에 정화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의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후자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 똑같은 도시 사람들 속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적어도 씻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클테지. 이런 코인 세탁소에서 세탁이라는 행위는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고 동전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걸린 인간 가죽을 본다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가죽을 벗고 맡겨둔 것 같다. 시점이 언제일까. 세탁소에 들어오고 나서? 동전을 넣고 나서? 하지만 세탁기 안에 세탁물을 넣어야 하는데? 아직은 뒤죽박죽이다. 이 공간이 사람을 현혹한다면 내 눈에 그 과정이 보였을 것이다. 아직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세탁기를 조사해볼 수 밖에.

 “나가도록 하지.”


 “탐정님! 여기 세탁기들 그냥 동전으로는 작동을 안 해요!”

 에즈라… 이 멍청이.

 “누가 멋대로 세탁기를 만지랬지? 내가 없는 곳에서 뒤틀림을 함부로 건들지말도록.”

 “네…”

 에즈라가 의기 소침하게 대답했다. 뒤틀림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뒤틀림 사건을 다룰 때 여러 문제가 있다. 내 눈에는 또렷이 보이는 이빨 가득한 입에 스스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림자의 팔이 자신을 잡아 당기는지도 모른 채 현혹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뒤틀림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내가 뒤틀림을 다룰 수 있다.

 “…탐정님 혹시 동전교환기에서 동전을 뽑았어도 문제가 될까요..?”

 나는 미간을 짚었다. 에즈라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아이다. 나는 생각하고, 에즈라는 행동한다. 뒤틀림을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먼저 실험체가 되어야 하는 법이다. 하아. 그렇다 해도 이 아이의 호기심과 판단은 늘 과감해서 아직도 다루기 쉽지 않다.

 “그 동전 이리 주렴.”

 “네!”

 덜컹. 큰 소리와 함께 방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에즈라가 건네려던 동전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에즈라! 동전을 ㅈ…!”

 동전을 잡으라는 말을 채하기도 전에 에즈라가 다시 손바닥을 동전아래로 가져갔다. 에즈라의 손에 동전이 잡히는 듯 했으나. 동전은 멈추지 않는다. 에즈라의 손을 뚫고 떨어진다.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리고 바닥에 있는 하수구로 굴러들어갔다.

 땡그랑-

 “으윽…”

 에즈라가 동전으로 구멍난 오른손을 붙잡고 신음했다.

 “모제스씨. 뒤를 보시죠…”

 베스파의 말에 따라 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수거방으로 가는 문이 사라졌다. 멀리서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벌써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군. 에즈라가 얻은 동전은 자판기에서 그냥 솟아난 것이 아니겠지. 동전 교환기. 무언가를 동전으로 교환한 것이다.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공간이 뒤틀린다.

 “지금 천장과 바닥이 뒤집힌 것입니까?”

 나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베스파 말대로 방이 천천히 꼬이며 돌고있다.

 “탐정님… 몸이 찝찝하고 답답하지 않아요? 으…”

 에즈라의 몸에 끈적한 피와 같은 오물이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고 있다. 뒤틀림을 보는 내게는 빠르고 좋은 눈치가 필요하다. 내게만 보이는 징후인지, 누구나 볼 수 있게끔 발현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경험이 답이다. 그리고 지금의 경우 저 오물은 나만 볼 수 있는 것일터다.

 “…탐정님. 기억나세요? 전쟁 때 저는 겁쟁이었어요… 저도 용서 받지 못하겠죠..?”

 또 이 주제군. 그 날의 기억은 뒤틀림이 에즈라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때 마다 나오는 목록 중 하나다. 연기전쟁 때의 기억. 이것은 나와 에즈라를 끊임없이 따라오지.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트라우마를 다루는데에는 도가 텄다. 에즈라는 이 기억을 못 견딜 것이고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이다.

 “에잇! 이런 더러운 몸뚱이 따위!!”

 지퍼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즈라라는 인간의 껍데기가 이마에서부터 아래로 가로질러 벗겨졌다.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의 모습. 차마 바라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욕망 덩어리. 난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에즈라…

 “베스파! 눈을 감도록.”

 나는 곰방대를 물고 하얀 숨을 내쉬었다. 방안이 하얀 숨으로 가득 찼다. 베스파라 해도 저 모습을 본다면 정신에 영향이 갈 수 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보라색 숨을 내뱉고 보라빛 채찍으로 연기 속에 에즈라로 추정하는 덩어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서 가만히 서있도록. 너까지 허튼짓 하면 난 감당 못하거든.”

 “알겠습니다.”

 베스파가 답했다. 패턴은 파악했다. 자기 껍데기를 벗은 인간은 껍데기를 세탁기 안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수거방으로 가서 다른 누군가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겠지. 깔끔하게 세탁된 새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이 되어 세탁소 밖을 나간다. 만약 에즈라가 그 지경까지가면 나도 손쓰기 어려워진다. 에즈라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지금 어떻게든 에즈라를 묶어 놨다.


 뒤틀림은 모순으로 해결한다. 이곳에서 해야하는 당연한 일을 부정하고 역행해야 한다. 세탁하기 전 자신의 더러운 껍데기를 다시 씌우는 것. 이 행동이 꿈의 세탁소라는 뒤틀림을 약화 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껍데기를 다시 입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뭐지? 힘을 써서 입혀야 하는가? 아니. 자신의 의지로 다시 입어야만 한다. 더러운 껍데기임을 알지라도 다시 자신을 입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장소를 부정할 수 있다.

 “이 공간… 베면 안됩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 파괴적인 해결은 가장 마지막에 취해야할 수단이야.”

 “베어야할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준비하겠습니다.”

 베스파는 눈을 감은 채 칼자루에 손을 올리고 집중했다. 저 아이가 뒤틀림에 당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군. 난 베스파의 트라우마나 과거 따위는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 언젠가 그 시간이 올 것이고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천히 알아가야겠지. 이 말은 지금의 에즈라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안다는 뜻이다.

 “…넌 지금의 네가 더럽다고 생각하니.”

 “전 너무 많은 피를 묻혔어요… 전 더러워요! 제가 싫어요!”

 “난 더럽다고 생각하는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담백하게. 군더더기 없이. 내가 생각하는 마음 그대로의 말을 에즈라에게 꽂는다.

 “정말요..?”

 쉽게 답하지만, 내게는 늘 어려운 말이다.

 “그렇단다.”

 에즈라는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 특히 내 눈치를. 난 그런 에즈라도 좋아한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미워할수 없는 아이. 내가 책임져야할 부하이자 동료다. 에즈라로 추정하는 덩어리가 다시 주섬주섬 냄새나고 더러운 껍데기를 입는다. 뒤틀려가는 세탁소가 서서히 멈춘다. 뒤틀리고 휘어가던 세탁소가 점차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공간이 점차 수축한다.

 “베스파! 에즈라 들고 당장 나가!”

 우리는 빠르게 입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차가운 저녁 공기와 축축한 안개의 습기가 코를 찔렀다. 무사히 나왔군. 우리 뒤에는 작은 인형집 같은 꿈의 세탁소가 놓여져 있었다.

  “이걸로 해결한 것입니까.”

  베스파가 에즈라를 어깨에 들쳐맨 채 물었다.

  “그래.”

 “늘 이런 식입니까? 생각보다 싱겁군요. 제가 거들 일도 없었습니다.”

 “저 아이라서 그런거지. 그래서 에즈라와 나는 같이 일을 하고.“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최근 일들에 비하면 잔잔하고 무난한 사건이았다.

 “그리고 넌 가만히 있어준 것만으로 도움이 된거야. 만약 에즈라와 반대로 네가 저 상황에 놓였다면 난 손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뒤틀림도 결국 인간의 일이야. 얼렁뚱땅 무마되는 일이 꽤 많지.”

 “인간 관계 같군요.”

 나는 연기를 내뿜었다. 맞다. 마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해결과 같다. 문제를 외면하고 돌릴수록 두루뭉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나는 뒤틀림의 원인이나 과정 따위를 이해하려 하지도, 이해시키지도 않았다. 내 일이 아니기에…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제스씨. 만약 뒤틀림 확보가 아니라 해결이었다면 저 세탁소를 사람으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까.”

 “가능은 하겠지. 방법은 지금보다 복잡하고. 궁금하니?”

 뒤틀림을 마주보고 매듭지으려 할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인간 관계와 같다.

 “됐습니다. 제가 알아야 할 정보라면 언젠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꿈의 세탁소를 집어 들어 트렁크에 넣었다. 이 정도로 축소되었다면 우제트를 따로 부를 필요 없이 바로 수거해도 되겠군.  베스파는 에즈라를 차량 뒷자석에 눕혔다.

 “둘은 연기 전쟁에 참전했던 것입니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기분이 안드는군.”

 “알겠습니다.”

 베스파가 운전석에 앉았다. 나는 곰방대를 털고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의완을 조작했다.

 삐빅-

 “한희준.”

 “네 선생님.”

 팔에서 듣기 싫은 목소리가 울렸다.

 “꿈의 세탁소는 처리했고, 벼락인간 사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무사히 해결하셨나 보군요.”

 “끊는다.”

 “잠시만요 선생님. 혹시 흑운회를 건드셨나요?”

 “그래.”

 정보 담당 아니랄까봐 귀신 같이 알아챘군. 보나마나 잔소리를 할 것이다.

 “흑운회는 엄지 산하 조직입니다. 손가락과는 마찰을 피하시는 것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기에는 좋을….”

 나를 애취급 하는군.

 삐빅-

 

엄지라면 검지보다는 낫다. 말은 통할 테니.

 “…모제스씨.”

“혹시 손가락을 상대해야 할까봐 떨리나?”

 “엄지를 상대하게 된다면 절 꼭 써주시기 바랍니다.”

 이 아이도 역시 사연이 있군.


 “그건 상황에 따라서 내가 판단할 거야.”

 베스파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알겠습니다.”

 차가 천천히 안개를 거두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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