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 탐정

28화 임무

디아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네 밑에서 예전과 같이 일하라는 뜻인가?”

“우제트로 일해달라는 것은 아니야. 뒤틀림 탐정으로써의 모제스를 고용하고 싶거든!”

무너진 L사의 둥지는 아마 지금쯤 여러 조직과 해결사들의 싸움터가 되었을 것이다. 냉병기가 난무하는 곳에서 뒤틀림 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에즈라~ 잘 먹는 모습 너무 보기 좋다!”

디아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즈라는 눈치를 보면서도 식탁 위의 음식들을 허겁지겁 위속으로 집어 넣는다. 하지만 그보다 경이로운 것은 그 옆 베스파의 속도였다. 식사가 아닌 섭취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어쩌면 내 예상이 틀린 것 같다. 오늘 남는 음식은 없을지도 모르겠군. 당분간은 저 둘을 내버려둬야겠다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디아스. 너는 뒤틀림을 생포하고 있는 것 같더군.”

“응! 맞아.”

“뒤틀림을 이용해서 그 꿈을 이루려는 건가?”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디아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 친구였다. 이미 스스로가 어디까지 말해줄지 정해두고 있다.

“L사 둥지로가면, 뒤틀림을 많이 생포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특별히 원하는 뒤틀림이 그 둥지에 있는 건가?”

“지금 L사 둥지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

디아스가 눈썹을 모으며 아련하게 쳐다본다. 가증스럽군.

“디아스님. 이 부분은 제가 말해도 될까요?”

한희준이 끼어든다.

“응! 부탁할게 희준아. 내가 설명하는 것에는 영 꽝이라서 말이지.”

한희준은 내게도 동의라도 구하는 마냥 눈을 맞추더니 말을 이어갔다.

“지금 L사 둥지는 알 수 없는 안개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안개라… 또 다시 연기전쟁이 생각나는군.

“연기전쟁 때와는 다릅니다. 이 안개는 관측을 하지 못하도록 가릴 뿐이에요. 누구라도 그 속에 들어가면 길을 잃습니다.”

그렇다해도 그 속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제스 선생님의 예상대로 조직과 해결사들이 서로 죽여대고 있죠.”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네 맞습니다.”

“손가락들도 끼어들었니?”

“엄지와 검지가 움직였습니다.”

하필 검지라니. 골치 아프군.

“그래서 그 싸움판에 우리를 보내는 이유는?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특별히 뒤틀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군”

디아스가 찻잔을 홀짝이며 한쪽 눈을 뜬 채로 나를 힐끔 쳐다본다.

“뒤틀림으로 추정하는 사건들이 그 둥지안에서 유독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관측을 할 수 없다며?”

“안개 때문에 둥지안에서 길을 잃을 뿐이죠. 안개 속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확실히 보고 들은 정보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곳에서 뒤틀림을 생포해오면 좋겠다는 건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뿐이 아니에요. 좀 더 완전한 뒤틀림을 원합니다. 뒤틀림을 더욱 진행시켜주세요.”

“사람 속을 더 휘집어 놓으라고? 그 기준은?”

“선생님. 혹시 환상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환상체? 아니. 들어본적 없군.”

“그렇다면 그 판단은 선생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난 뒤틀림을 푸는 해결사야.”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뒤틀림을 효과적으로 무력화 할 수 있겠죠.”

“좋아. 무력화한 다음은? 에즈라에게 뒤틀림을 들쳐메라고 해야하나?”

에즈라가 바삐 움직이던 손을 흠칫 멈춘 채 나를 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 때는 우제트가 찾아갈겁니다.”

“참 편리하군. 우리한테 우제트를 붙여주기라도 하나?”

“우제트의 지원이 필요하신가요?”

“아니. 몰려다니는건 질색이라.”

“그럴줄 알았어요.”

“둥지 속에서 길을 잃고 관측을 할 수 없다면, 우리를 어떻게 찾지?”

디아스가 그 말을 기다린 듯 웃으며 내게 잘 포장한 상자를 건네었다.

“자! 여기 모제스를 위한 선물이야!”

“의완이에요.”

“그것도 도시에서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팔이야! 내가 진짜 돈 많이 썼어!”

디아스 입에서 돈을 많이 썼다는 말이 나오다니. 뭐가 되었든 미친 물건이겠군.

“이 팔을 장착하고 있으면 우제트는 당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와 통신도 가능하고요.”

“네 재수없는 목소리와 함께 일을 해야한다는 거군.”

결국 이건 족쇄란 뜻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찾아내고 말겠다는, 내 발목을 잠그는 무거운 족쇄.

“생포를 원하는 뒤틀림의 수는?”

“내가 만족할 때까지~!”

저 면상에 주먹 하나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네. 뒤틀림의 생포는 디아스님이 만족하실 때까지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태영물산에서 본 검은 상자 기억하십니까.”

“그래.”

“그 상자는 L사 둥지안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검은 상자까지 찾아서 가져오라는 거군.”

뒤틀림을 만들어 내던 검은 상자. 디아스는 뒤틀림을 수집한다. 그리고 뒤틀림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거군. 이 기술이 있다면 확실히 디아스의 더러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일을 맡아야 하는 이유는?”

“…속죄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선생님.”

나는 곰방대를 꺼내 물었다.

“진정하세요. 저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거든요.”

나는 연기를 내뿜었다.

“모제스씨. 식사자리에서 흡연은 삼가해주시죠.”

베스파가 나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은데? 신경쓰지말고 원하는대로 펴 모제스~!”

디아스가 곧바로 말했다.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곰방대를 다시 품에 넣었다.

“베스파씨도 이 일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어째서입니까.”

“디아스님이 당신을 복직해 줄 수 있으니까요.”

“……”

“그 침묵은 동의로 간주하겠습니다.”

“좋아. 다 좋다고 치자.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니?”

“여러가지 후보들이 있습니다. 꿈의 세탁소, 벼락인간, 도서관, 어제의 약속, 8시의 서커스, 톱니교단, 식인 샌드…”

“거기까지.”

전부 시덥지 않은 이름들뿐이다. 협회에서 선정하는 사건의 이름들은 대게 이런식이지.

“꿈의 세탁소부터 시작하겠어. 등급은?”

“도시전설입니다.”

도시전설이라… 몸 풀기로는 좋겠군.

“도서관도 도시전설인데 어떠신가요?”

“느낌이 별로야.”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뭐어~? 모제스! 일주일정도는 여기서 나랑 놀다 가도 되는데…”

나는 그 말을 뒤로한 채 식탁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테라스에서 혼자 곰방대를 피운다. 우리 사무소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르군. 이 별장의 정원은 끝이 없다. 아름다운 조명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탐정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에즈라가 어느새 내 곁에 와서 물어본다.

“화는 좀 풀렸니 에즈라?”

“…네. 그 방법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앞으로는 그 창백한 숨은 내뿜지 마세요! 전 알아요… 그 힘은 탐정님의 수명을…”

“에즈라. 누구보다 내가 잘안단다. 나도 내 목숨이 귀해. 더 살기위해서 그런거야.”

“…네.”

“이제 그만 자렴. 내일도 일해야지.”

“탐정님… 희준 선배가 말한 속죄… 정말 하실건가요?”

“…그래.”


아침이 밝았다. 나는 디아스가 준 의완을 장착하고 채비를 마쳤다. 정원 입구에서 검은색 밴과 한희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베스파와 에즈라가 밴 뒤에 여러가지 장비들을 싣고 있다. 나는 곰방대를 물었다.

“디아스님은 새벽에 먼저 다른 곳으로 가셨습니다. 인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그러시겠지.”

나는 곰방대의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유리아씨. 제 앞에서 더 이상 곰인형 행세는 안하셔도 돼요.”

한희준이 내 어깨위의 유리아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곰인형이 살짝 들썩였다.

“우제트는 L사 둥지와 가까운 곳에 전초기지를 세울 거예요. 먼저 둥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에즈라가 운전하는 차를 타야한다는거군. 멀미약이라도 챙겨야하나.”

“운전은 제가 합니다.”

베스파가 어느새 내 뒤에서 나타나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운전 잘하나?”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밴에 탔다. 결국 이 아이도 디아스의 장난감이 되었군.

“선생님.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꺼지라는 손짓을 했다. 이윽고 밴의 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였다.

새로운 빌어먹을 여행의 시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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