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림 탐정

1화 뒤틀림이 보인다.

1.원인 2.설명 3.이해 4.인정


 내게는 뒤틀림이 보인다. 뒤틀림은 누구에게나 발현할 수 있다. 뒤틀림이라는 이름을 처음에 누가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어떤 원리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이 현상은 사람들의 강력한 감정적 열망과 폭발의 발현인 것으로 추정한다.

 9구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피아니스트가 대표적인 뒤틀림이라고 알려져 있다. 알 사람들은 알지만, 그 이후에도 작은 뒤틀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점차 물고기가 되어가는 사람, 눈동자가 하늘로 물드는 사람 등이 있다.

 나에게 말 그대로 뒤틀림은 시각적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만 물리적이지는 않다. 상반신이 점차 물고기로 변한 사람의 경우 분명 나의 눈으로 볼 때 비늘이 돋아나 있었지만, 만졌을 때는 생선 피부가 아닌 따듯한 사람 피부였다. 이것으로 볼 때 내게 보이는 뒤틀림은 허상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그저 나의 정신적인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뒤틀림을 쫓고 있다. 그것은 비밀스럽고 노골적이다. 뒤틀림은 점차 진행된다. 물고기 인간. 인어의 경우 눈이 점점 생선의 눈처럼 변하고 아가미가 생기며, 비늘이 생겨 물고기처럼 변해갔다. 그렇게 상반신이 말 그대로 물고기가 되었을 때 그것은 어느 순간 물리적으로 발현했다. 그제야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인어를 볼 수 있었고 만졌을 때 물고기 같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인어(사건 케이스#5)는 19구 어촌의 학대를 받아오던 사람이었다. 언제나 대호수만을 바라보며 지금 자신의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괴로운 자신의 삶을 해방하고 호수로 가고 싶어하는, 물을 너무 갈구한 나머지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물론 이 이야기보다 복잡한 요소들이 여럿 있겠지만,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인어 이야기가 아니므로 이 사건에 관한 전후 설명은 생략하겠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뒤틀림을 관찰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저마다의 뒤틀림은 정도에 따라 다르다. 뒤틀림이 보이기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된 사람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이 뒤틀림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느 날부터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알아차릴 뿐이다. 미리 알 수 있는 만큼, 뒤틀림이 실제로 발현하기 전에 조처를 하도록 노력한다. 그것이 나의 일이다. 눈에 보이는 뒤틀린 모습을 추리하고, 인과관계를 분석하여 보고할 뿐이다.

 승천 현상으로 여러 직장인을 잃은 회사에서 나를 고용한 적 있다. 그리고 눈에 하늘이 가득 찬 직원들을 선별해냈다. 회사에서는 그들에게 선글라스 착용을 권고했다. 하늘을 눈에 담지 못하도록 선글라스를 지급한다는 발상은 너무나 기발해서 웃음이 나왔다. 하늘이 푸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지루한 삶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승천으로 인한 실종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을 눈에 담았던 사람들은 이제 하늘이 아닌 땅을 향했다. 하늘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 옥상에 올라간 것인지, 투신이 일반적이어서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도시는 해결 이후에 관심이 없다. 그것뿐이면 된 것 같다. 이해할 만한 죽음이냐 아니냐 말이다. 나 또한 자원봉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뒤틀림을 분석하진 않는다.


 사건 케이스 #13 – 풍선인간

 이번에 맡은 사건은 폭발 사건이었다. 내가 붙인 사건의 이름은 ‘풍선 인간’ 이다. 말 그대로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다 ‘펑’ 하고 터진다. 이 화약 없는 폭발은 반경 10m를 피떡으로 만들며 범위 안의 사람들까지 전부 터트려버렸다. O사 둥지의 한 회사는 5건의 ‘풍선 인간’ 사건이 터질 때까지 버티다 끝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풍선 인간’ 사건의 사람들의 공통점을 조사해보니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었다. 그들 모두 서비스직에 종사했다는 점이다.

 뒤틀림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서들을 조합해야 한다. 해석 과정은 1. 원인 2. 설명 3. 이해 4. 인정으로 구성된다. 우선 뒤틀림의 ‘원인’ 들을 파악한 후 그것들의 인과관계를 납득할 수 있게끔 ‘설명’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자신의 뒤틀림 발생 이유를 ‘이해’ 시키고, 자신의 뒤틀림이 언제 어떻게 터질 수 있을지 ‘인정’ 할 때 뒤틀림은 어떤 방향으로 든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해결한다는 것은 내 눈에 보이는 뒤틀린 형태가 나아진다는 뜻이다. 제법 사람처럼 보이면 해결이다.

 ‘풍선 인간’ 은 택배기사, 간호사, 콜 센터 직원 등 감정 노동을 하는 자들이었다. 특히 콜 센터 직원의 경우 폭발 반경 16m로 가장 컸다. 알아보니 해당 회사에서는 콜 센터 전문 회사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고객 상담을 진행해왔다. 콜 센터 직원들은 클레임을 기록 후 기록물 담당 회사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콜 센터 직원들은 그저 기록할 뿐 자신이 받는 불만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없다. 그런 직원들에게 아무리 하소연해봐야 나아질 게 없음에도 고객들은 엄청난 욕설을 쏟아붓는다. 폭언은 당연하며 협박까지. 직원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대신 받아주는 변기 같은 역할을 해왔다.

 감정 노동을 하는 자들은 타인을 위해 웃는 얼굴과 목소리로 그들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불만을 배출할 곳은 없었다. 결국 나가는 것 보다 들어오는 것이 많은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점차 그들의 머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얼굴은 평온했다. 평온한 얼굴 뒤의 폭발적인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도달한 순간 터지고 만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내가 보기에 머리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사람들 명단을 작성하여 회사에 전달했고, 그들은 그렇게 직업을 잃었다. 회사는 시간을 들여 그들의 부풀어 오른 머리를 작게 만들어줄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내 일은 늘 ‘이해’ 와 ‘인정’ 단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끝이 난다.

 그렇게 뒤틀림을 해석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스트레스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 든 터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나에게 의뢰를 맡긴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문제는 사소한 것일 뿐이다. 비상식적인 현상의 정지와 책임 회피만이 그들의 목표일 뿐, 그 원인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도 그렇겠지. 우리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나는 당분간 뒤틀림을 쫓을 것이다. 내 눈에 더 이상 뒤틀리지 않은 것이 보이지 않으니.

 나는 거울을 보고 있다. 내 모습만은 뒤틀리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뒤틀려 있는데 나만 그대로라는 것은 정작 나만이 뒤틀린 것일까. 뒤틀린 사람, 거리 그리고 도시를 보며 세상이 뒤틀려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세상의 뒤틀림이 계속 진행되어 임계점에 도달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난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뒤틀림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뒤틀림 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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